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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크리스마스 이브에 있었던 일

はぴねす 2024. 1. 2. 00:01

이번엔 솜을 꼭 봐야겠단 생각으로 예매를 한 게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솜에 대한 건 전혀 모른 상태로 앨빈이 처음부터 죽고 시작한다는 게 내가 아는 전부였는데 알고 보니 크리스마스 이브에 솜을 본다는 건 굉장히 뜻깊은 일이었다.

종종 관극을 같이 하는 트친이 이브 날에 밤공 본다는 소식을 듣고 낮공을 밤공으로 바꿀까 했지만, 지난 번 그 지인과 렌트 밤공을 본 이후로 다시는 서울 당일치기로 밤공은 보지 말자는 다짐을 했기에 시간을 바꾸지 않았다. 대신 지인과 낮공과 밤공 사이에 닭한마리를 먹자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업무 일정 때문에 어긋나서 몇 년만에 가장 친한 친구와 서울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게 됐다.

 

 

일호상회는 인스타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곳인데 브랜딩에 꽤 신경 쓰는 거 같아서 동선이 맞은 김에 방문하게 됐다.
광장시장은 처음인데 호떡이 유명한 건 알았지만, 들어가는 초입에 웨이팅 가이드 라인이 설치된 걸 보고 깜짝 놀랐다. 하긴 원래도 사람 많은 곳인데 주말에 크리스마스 이브에 관광객까지 몰리니까 정말 시장통 그 자체였다.


카페 라떼와 윤영실 레시피 개성주악 5개
4개는 포장해서 집에 가져가고 하나만 자리에서 먹었다.
개성주악을 저번부터 먹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여기서 명인의 개성주악을 판다고 하니 먹게 됐다.
주악은 찹쌀에 막걸리를 더해 반죽한 건데 찹쌀도넛 같은 질감이다. 구움과자가 대세인 요즘에 까눌레, 휘낭시에를 먹는 것처럼 개성주악을 음료와 곁들이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싶었다.

라떼도 괜찮았다. 요즘 워낙 원두 맛 치고 들어오는 스페셜티가 많아서 익숙해졌는데 그런 느낌은 아니고 적당하게 밸런스 잡힌 맛? (워낙 많은 이벤트에 기억이 남아있지 않음)

마시는 내내 손님이 찾아왔는데 90%가 외국인이었다.
시장에서 이런 커피를 먹는 게 어떤 무드인지 경험하는 느낌.

 

 

정말 오랜만에 온 연강홀.
히스토리 보이즈 이후 모처럼에 왔다.
연강홀에 오면 화장실로 고생했던 지난 관극의 추억들이 머리 속에 촤라락 펼쳐지면서 심적으로 안심이 된다. 참 좋은 극장이다. 음향만 일본 따라가준다면 아시아 최고의 극장이 되지 않을까...

크리스마스라고 소원 비는 트리가 있길래 거기에 슬쩍 적었다. 물론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무사하길 바라는 기도도 같이 올렸다.

추천해준 모님이 물만두 되는 극이라고 해서 휴지를 조금 챙겼는데 안 챙겼으면 큰일날 뻔 했다. 슬픈 내용은 아닌데 누적된 서사로 갑자기 치고 들어와서 언젠가부터 조금씩 눈물을 흘리게 되더라.

내용은 잊고 있었던 것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내용인데 아무래도 나이가 들고 삶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오만가지가 떠오르게 된다. 미완성인 송덕문을 읽는 것으로 시작하여 주인공이 친구 앨빈을 회상하고 마지막에 빈칸의 알맞은 글귀를 찾아 송덕문을 읽으며 마무리 짓는데 구성이 참 좋았다. 조명이나 세트, 소품 효과도 좋았고 이걸 보니까 확실히 일본판 솜이 보고 싶어졌다. 떤남이 해주기만 한다면...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천장에서 종이눈이 떨어지는 효과가 있었는데 그거 때문에 후반부 내용이 잘 기억이 안난 게 아깝지만, 공연 잘 봤고 재범 정말 연기 너무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딕션도 좋고 아주 흠잡을 곳 없는 배우였다. 그리고 그동안 궁금했던 엉의 연기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사람 너무 웃김... 진짜로... 트위터에서 클립으로만 봤던 그 장난끼를 무대에서 보는 느낌? 애드립이 잦은 걸 보면 캐릭터에 크게 빠져들어서 하는 타입은 아닌 거 같은데 순간의 몰입이 굉장히 빠르고 연기를 영리하게 하시는 느낌이다. 재범은 그런 애드립에도 불구하고 자기 나름 앨빈의 연기를 꿋꿋하게 이어나감. 재범이가 앨빈을 계속 잡고 있어서 엉이 치는 애드립을 관객 입장에서 재밌게 볼 수 있었지 않나 싶다.

특별한 날 봐서 그런지 이 극의 어디까지가 연출이고 애드립인지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재밌게 보면 된 거 아닐까 싶어요.

아직도 연뮤 보고 나오면 후기를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다.

 

 

헬카페... 이태원 매장을 2018년 11월에 갔었는데 을지로에 헬카페 뮤직을 오픈해서 다녀왔다.
자고로 라떼가 유명하기 때문에 옛 기억을 살려 라떼를 마셨는데 이태원 매장처럼 직원분이 직접 와서 라떼를 붓고 사진 찍지 말고 바로 마시라고 권한다.

기억 미화인 건지 모르겠는데 그때 마셨던 것 만큼의 감동은 없었다.
공간의 음악 소리는 아무래도 날이 날이니 만큼 매장 분위기가 적적하지 않아서 평일 한적할 때 와야 즐길 수 있을 거 같았다.
근데 무엇보다 직원분들 태도가 그닥이었다. 커피야 둘째치고 너무 일하기 싫어 보이는 듯해서... (후략)

 

여기까지 왔는데 헬카페만 들리는 건 뭣해서 바이닐 보러 가자고 친구에게 제안했더니 좋다고 해서 굿즈 구경 후 3층으로 갔다. 실은 2층에 마바하를 가고 싶었지만, 술 마시면 안 될 상황이라 3층 레코드 스톡을 찾아갔다.

 

 

친구가 사고 싶었던 바이닐이 있었는지 사장님께 청음 부탁 후에 구매했다.
LP샵이니 당연히 음향에 엄청난 신경을 쓰셨겠지만, 정말 분위기도 공간도 너무 좋더라.
지방 거주자는 특히나 갈 일이 없기 때문에 이런 곳을 다녀오면 경험을 한다는 것만으로 너무 행복해진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밴드 좋아했던 트친과 함께 어반아웃피터스에서 직구로 구매한 LP 액자를 10년 전쯤인가? 누구 공연 보러 갔다가 서울에서 받아왔었는데 그게 뾱뾱이에 둘러싸여 롯데 면세점 봉투에 고스란이 담겨진 채 내 방에 받아둔 상태 그대로 있었던 게 기억났다. loveless나 mansun의 attack of the grey lantern 바이닐을 사서 걸어둘 생각이었는데 생각만으로 그치고 평생 봉인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그래서 친구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기로 했다. 사이즈가 있어서 택배로 보내는 게 나을 듯.

 

 

연말이라 그런지 분위기 좋게 꾸며둔 상점과 식당이 많았다. 생각보다 많이 북적이진 않았는데 그것마저 너무 부촌 바이브라 걸으면서도 재수가 없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드디어 왔다! 허니비 서울!
하지만 쇼케이스는 다 털렸지...
선택지가 별로 없어서 최선을 다해 주문했다.

친구가 아몬드 크로아상을 고르길래 왜 골랐지? 싶었는데 내가 먹어본 아몬드 크로아상 중에 가장 맛있었다. 깨작거리지 말고 단면 전부를 품어 입안에 가득 넣으면 그냥 행복 그 자체다.
젤라또는 피스타치오와 무화과 잎으로 골랐는데 무화과 잎 쪽이 더 맛있었다. 젤라또를 아몬드 크로아상에 얹어서 먹는 조합도 좋았다. 지난 번 친구와 젠제로를 같이 다녀왔는데 젤라또를 전문으로 하는 곳과 지향점이 다른 거 같아서 흥미롭다고 친구가 말했다.
메뉴 이름을 모르겠는데 감귤이 들어간 저것도 맛있었다. 작은 붉은 알갱이가 있는데 저게 자몽 캐비어? 뭐라고 하던데 아무튼 그것과 함께 한 입 먹으면 시트러스한 게 확 퍼지면서 아주 맛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 특성상 북적임은 기본인데 다행히 헬카페도 허니비도 우리 자리는 남아 있어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7시 예약한 소코.

오픈에 맞춰 방문했는데 빨리 걸어서 조금 일찍 도착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바는 열려있지 않고 오픈 시간 정각에도 열리지 않았다. 살짝 늦게 오픈해서 좀 아쉽.

 

카운터 석에 앉아 있는데 유리잔 진열이 좋아서 사진을 많이 올리는데 마치 잘 그려진 정물화를 보는 거 같아서 저것만 바라보며 술 마셔도 좋을 거 같다.

 

메뉴판 살피느라 주문을 바로 못 넣었는데 7시 예약 손님이 생각보다 많아서 주문한 음료가 준비되는데 시간 소요가 꽤 됐고 그것 때문에 속이 탔다. 기차 시간은 정해져있는데 여기 앉아 있을 시간이 50분 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거기에 빈 속에 라떼만 퍼붓고 밀가루만 먹은 게 잘못인지 속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치도 못하게 식사 메뉴를 시켰고 어쩔 수 없이 먹었는데 남기면 또 이상해 보여서(...) 먹는 만큼 먹었는데 거기에 내가 시킨 칵테일에 샌달 우드 향이 섞이니까 속이 말도 못하게 뒤집어진 날이었다.

특별한 날에 예약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런 속을 가지게 된 건지. ㅜㅜ
너무 속상했다.

 

시그니쳐 있는 곳엔 시그니쳐 먹는 게 맞다는 생각에 시그니쳐로 주문했다.
친구의 Rose 75, 그리고 내가 주문한 Sandal Wood Highball.

이런 날은 숏 칵테일을 먹는 게 맞는데 이렇게 깨달은 교훈은, 나는 샌달우드가 맞지 않다. 그리고 되도록 가향은 피하자는 거였다.


서울 당일치기는 우당탕탕한 면이 있어서 시간에 쫓긴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 않는데 거기에 라떼와 밀가루를 먹으니 속이 뒤집어진 거 같다. 오늘의 메인이 소코였는데 앞으로 이런 날엔 먹는 걸 주의하면서 컨디션 관리를 잘 해야지. (너무 늙은 사람 같다)

 

 

추가할 거 있으면 나중에 더 추가해야지.
내일(당시 작성은 29일에 함)(새벽 1시라서 이미 30일 토요일이지만)은 지인이 이 동네 오는 날이라서 배구 보기 전까지 같이 놀기로 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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